홍콩대 학생들이 지난달 29일 중국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 추모 집회에서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의미로 백지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홍콩대 학생들이 지난달 29일 중국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 추모 집회에서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의미로 백지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시진핑 내려와라.”

카타르 월드컵이 만들어낸 나비효과가 중국을 강타 중이다. 철저한 통제와 ‘제로 코로나’ 정책을 내세워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중국 주석에 대한 내부의 불만이 월드컵을 계기로 폭발하며 중국은 물론 전 세계 각지의 백지 시위로 번져 나가기 때문이다. 중국의 혼란은 중국 내부는 물론 국제 정세와 세계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4일 신장지구의 주도 우루무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봉쇄 중 발생한 화재로 10여명의 주민이 사망한 사건은 쌓여온 불만이 폭발하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카타르 월드컵 경기 중계 중 보이는 마스크 없는 자유로운 응원 장면도 누적돼온 문제를 되돌아보게 하는 전환점이었다. 반중국 시위는 미국, 유럽은 물론 한국에서도 열리고 있다. 

중국 내 반정부 시위의 파장은 단순하지 않다. 10년간의 준비를 거쳐 공산당을 장악하고 반대파를 몰아내며 3연임에 성공한 직후에 시 주석을 겨냥한 시위는 예사롭지 않다. 중국 대표 도시인 상하이에서 시 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는 점은 얼마나 내부에 쌓였던 불만이 얼마나 가중돼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한 집권 세력에게는 사실상 처음 찾아온 위기다. 지금 중국을 만든 것은 공산주의임에도 계파 간 경쟁을 통해 균형을 유지한 집단 지도 체제의 역할이 컸다. 중국에 막대한 피해를 준 문화 혁명 후 덩샤오핑, 장쩌민 전 주석 시대를 거치며 개방과 개혁을 추진한 중국 지도부는 미국과 맞설 수 있는 국가로 성장하는 중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를 1인 통치로 바꿔버린 시 주석은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면서 새로운 중국을 구상 중 큰 역풍을 만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검열 등 정부의 ‘빅 브러더’ 역할이 커지며 소통과 교류에서 배제된 채 가두리에 갇혔던 중국인들은 월드컵 중계를 보고서야 현실을 자각하는 ‘현타’에 빠져들었다. "왜 우리만 제로 코로나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거리로 나선 시위대는 14억 중국 인구 중 극히 일부지만 중국 내부에서, 심지어 시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에서도 등장했다. 통제 사회인 중국에서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섰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던 현상이다.

그나마 코로나19 통제가 풀릴 것이라던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느낀 실망감이 외부로 표출된다고 볼 수 있다.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아직 이어지고 있는 엄격한 통제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그나마 중국 당국이 시위가 확산한 후 광저우, 충칭 등 일부 지역의 봉쇄를 완화하는 등 당근책도 내놨지만, 시위 주도자 색출에 나서고 있는 만큼 불안 불안한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시 주석도 스스로 쌓은 성에 둘러싸인 형국이다. 지금 코로나19 방역을 완화할 경우 급격한 감염 확산이 예상된다. 이 경우에도 시 주석의 기존 대응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권력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시위를 내버려 둘 수도 없다.

때마침 시 주석에 의해 권력의 이면으로 몰려난 기존 세력을 대변하는 장쩌민 전 주석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것도 이번 시위를 확산시킬 수 있는 변수다. 특히 시 주석의 퇴진 요구가 나온 상하이는 장 전 주석의 근거지다. 장 전 주석에 대한 추모 열기가 시 주석에게는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권력에서 밀려난 인사들을 중심으로 시 주석에 대한 대항이 이뤄질 경우 시 주석의 집권 3기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시위 확산에 대한 서방의 평가는 단호하다. 시 주석이 집권 연장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 정책의 후폭풍이라는 진단이다. 시위대 취재에 나선 BBC 등 외신 기자들이 공안에 끌려가는 모습도 서방의 여론을 악화시켰다.

서방 언론들은 중국 시위대 편에 서고 있다. 미국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이번 시위가 중국의 정치적 상황과 시 주석의 집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면밀한 조사와 고려가 필요하다고 진단하면서 1989년 중국 전역을 휩쓴 시위와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주요국들은 이번 시위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 백악관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백악관 측은 브리핑 중 쏟아진 질문에 미국은 평화적 시위를 지지한다고만 밝혔다. 이는 미·중 관계의 민감성을 고려해 아직은 신중한 대응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첫 대면 회담이 이뤄진 상황이라 중국을 향한 자극을 꺼리는 것이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전 세계의 민주주의 회복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마냥 중국의 시위를 지켜볼 수만은 없다.

가장 우려스러운 시나리오는 톈안먼 사태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다. 중국이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할 경우 전 세계 민주 진영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유혈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자제 중인 미국도 인내를 유지하기 어렵다.

서방 진영이 중국에 대한 제재를 단행할 경우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이미 톈안먼 사태 이후 가장 최악이라는 중국 경제는 물론, 전 세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더욱 큰 위기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다. 애플 아이폰을 생산하는 공장이 코로나19로 폐쇄되고 수만 명의 근로자가 탈출하면서 공급망이 흔들리는 모습은 중국발 위기가 어떻게 확산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예시다.

외교 전문매체 포린어페어스는 “중국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시위 사태가 시 주석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기는 어렵다”면서도 “시 주석이 얼마나 장기집권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중국의 고도성장 과정 중 쌓여 온 막대한 부채, 부의 격차, 인구 고령화 등의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난기류를 만날 꼴”이라고 평가했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오피니언 부장 cinqang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