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 13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 13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건강보험료율의 인상이 가파르다. 건강보험 정책 최고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내년 건보료율을 1.4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은 소득의 6.99%에서 7.09%로 인상될 전망이다.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은 2017년 6.12%에 불과했는데 지속적으로 인상돼 이제 법정 상한선인 8%를 바라보고 있다. 

이뿐 아니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과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다. 피부양자 소득 기준이 소득세법상 연간 합산소득 3400만원 이하에서 2000만원 이하로 낮아지면서 27만 3000명의 피부양자가 자격을 상실하게 됐다. 이들 중 공적연금 소득이 월 167만원 이상이어서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사람들이 다수다. 

결국은 가입자 부담이 늘고 있는 셈인데, 원인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고령화를 꼽을 수 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2016년까지 매해 흑자를 기록한 건강보험 수지는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2017년부터 악화되기 시작해 내년에는 1조 40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적자 규모는 2028년 8조 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라 올해 21조 20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적립금도 2028년에는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의 적자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보험료를 더 받든가 아니면 지출을 줄이든가 하는 두 가지뿐이다. 보험료 징수가 한계선에 다다르기 시작하면서 지출을 줄이는 방식이 관심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건강보험을 기금화해 이를 국회 통제 하에 두는 것이 논의된다.

기금 운영 계획 수립이나 결산 과정에서 국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현재 4대 사회보험 중 나머지는 특별법에 근거해 기금으로 운용되고 있으나, 건강보험은 건강보험공단의 일반회계로 운영되고 있어 국회의 통제를 받고 있지 않다. 

더구나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정부가 매년 지원하도록 돼 있는데 올해 말 일몰제로 폐지될 위기에 놓여 있다. 정부지원금은 건강보험의 적자가 심각해진 2002년부터 한시적으로 투입돼, 연장을 거듭하며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건강보험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정부지원금의 투입은 연장될 가능성이 높고, 아예 일몰제를 없앰으로써 정부지원을 영구화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와 동시에 기금화를 통해 건강보험의 지출을 통제하고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건강보험의 기금화에는 어떤 혜택이 있고 어떤 단점이 존재할까? 현재 건강보험의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로 공익·사용자단체·근로자단체 대표 등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장이 복지부 차관이고 부위원장과 공익위원 8명도 복지부 장관이 임명하기 때문에 사실상 복지부가 주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금화를 하게 되면 정부는 중장기 재정전망 등이 포함된 건강보험종합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국회에 보고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엄격한 심사가 이뤄짐으로써 지출의 낭비요인이 줄어들고 효율화가 이뤄질 것이다. 또한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지출을 더욱 억제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기금화를 주장하는 측의 또 다른 논리는 건강보험 자체가 아니라 단지 정부지원금만 재정에 포함됨으로써 국민들이 복지지출 규모를 과소 인식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의료서비스를 과도하게 이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세금으로 이를 보충하는 결과를 빚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엄격한 통제는 건강보험의 탄력적 운용을 어렵게 한다. 건강보험은 기본적으로 단기보험으로써 매년 당해 연도 수입으로 그 해 필요한 급여 지출비용을 충당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보았듯이 예상치 않은 보건상 위기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데 엄격하고 경직적인 절차는 이것을 어렵게 한다. 

건강보험제도 운영은 ‘가입자(국민)-보험자(건강보험공단)-공급자(의료기관)’ 간 계약이 핵심이므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된다. 재정이 확보된다는 전제 하에서 가입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나 기금화를 하게 되면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상대적으로 보장성 강화에는 관심을 덜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보장성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2020년 기준 경상 의료비 대비 정부의무가입제도 비중은 62.2%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인 74.9%보다 한참 밑이다. 경상 의료비 대비 가계직접부담 비중 역시 29.2%로 OECD 평균인 19.2%를 크게 초과한다. 건강보험의 혜택은 작고 개인이 직접 지출하는 의료비 비중은 높다는 뜻이다. 

주요 선진국의 건강보험료율은 6.70%(네덜란드)~14.6%(독일) 범위에서 나타나고 있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 부담이 과도하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주요국 보장률도 83.4%(일본)~85.1%(독일)로 나타나고 있어 우리가 가야 할 길이 한참 남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강보험은 1977년 도입된 이후 국민 건강의 증진과 평균 수명의 연장에 큰 기여를 했다. 국민적인 만족도가 높은 사회보험서비스이기도 하다. 그러나 낮은 소득수준, 낮은 보험료율, 부족한 재정으로 인해 건강보험이라기보다는 건강보조금에 가까웠고 막상 중병에 걸렸을 경우에는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역대 정부는 건강보험의 범위를 계속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고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 항목을 대폭 급여 항목에 포함시킴으로써 보장성을 크게 강화했다. 그 과정에서 초음파검사 및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의 사용이 크게 늘어났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이용을 과도하게 유도하고 건강보험 재원을 낭비하는 부작용을 불러일으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어 왔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뇌졸중 등 자칫 중증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하는 방식으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켰다고 볼 수도 있다. 문제를 삼는다면 보장성 강화 자체가 아니라 과도한 장비 사용을 억제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의 미흡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또한 환자에게 불필요한 비급여 서비스 이용을 유도함으로써 의료비 부담을 높이려는 의료기관의 인센티브를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현재 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두고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건강보험의 운용을 효율화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의 목적은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적절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것이 돼야 하는 것이지 의료서비스의 질을 희생시키면서 비용을 억제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금화에 대한 논의는 지금 단계에서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 정책연구 담당(상무보) ▲KT그룹 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 정책 전문가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