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과 연결된 구천동어사길
계곡과 연결된 구천동어사길

 

무주 구천동계곡은 여름과 가을 사이가 아늑하다. 청량한 계곡을 찾았던 피서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계곡은 호젓함을 더한다. 물길 따라 이어진 구천동어사길은 오롯이 나만을 위한 사색의 숲길로 변신한다. 

무주 구천동계곡에 구천동어사길이 있다. 구천동의 비경을 가까이서 음미하도록 조성한 길이다. 어사 박문수가 암행어사 시절 오갔다는 사연을 담은 길은 구성지고 경쾌하다. 숲향기, 물향기가 청아한 물소리, 새소리와 함께 발끝에서 피어난다.  

곡류, 맑은 소의 끝없는 향연

구천동어사길은 구천동계곡 절경 따라 5km 이어진 길이다. 무주 구천동의 33경중 절반 가량이 이 길속에 담겨 있다. 월하탄 지나 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 어사길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길은 계곡 물줄기와 나란히 흐른다. 거친 숲길에는 나무데크를 놓았고, 탄성을 자아내는 절경 옆에 잠시 숨을 고를 쉼터를 마련했다. 

계곡과 맞닿은 길에는 속세의 웅성거림 대신 청아한 물소리가 함께 한다. 퍽퍽한 먼지 대신 소담스런 이끼가 어우러진다. 예전 이곳 덕유 마을에 살던 주민들이 왕래하던 오솔길과 돌계단이 원시림 속에 고스란히 재현됐다.  

어사길 계곡들의 향연은 발걸음을 두근거림으로 채운다. 인월담, 구월담, 금포탄, 안심대 등 무주구천동의 곡류, 폭포, 맑은 소가 숨바꼭질하듯 연이어 드러난다. 어사길의 예전 종착지인 안심대부터 새롭게 조성된 백련사까지의 길은 다소 좁고 가팔라진다. 어사길 왕복에는 4시간 가량 소요되며, 오르는 길은 어사길을 택하고, 내려올 때는 넓고 편안한 구천동 기존 탐방로를 이용하는 것도 요령이다. 

구천동어사길은 덕유산에 짙은 단풍이 다가서기 전, 등산객들이 밀물처럼 몰려들기 전에 방문하면 좋다. 길은 온전히 내것이 되고, 그속에서 사색과 힐링이 무르익는다. 

구천동어사길
무주 구천동 안심대

돌담길 지전마을과 공예문화촌 

덕유산 산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백련사 지나 향적봉까지 거친 산길을 오른다. 덕유산 최고봉(1614m)이자 구천동33경의 종결자인 향적봉은 가을로 넘어서는 계절이면 안개, 구름이 주목과 뒤엉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주에서 고즈넉한 돌담마을을 둘러보려면 지전마을로 향한다. 남대천변 지전마을에는 흙과 자연석으로 채워진 담장 골목이 700m 가량 이어진다. ‘지전’은 예전 마을에 지초(芝草)가 많이 나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에는 수백년된 느티나무와 할머니들의 미소가 담장 사이로 녹아든다. 돌담 골목길 안, 마당과 찻잔이 예쁜 한옥 카페가 운치를 더한다. 

무주읍내에는 미술관, 공예촌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다. 최북미술관은 조선후기 무주 출신으로 진경산수화에 능했던 최북의 작품을 전시한 미술관이다. 최북은 메추라기, 호랑나비 그림을 잘 그렸으며, 스스로 눈을 찔러 한쪽 눈이 먼 기이한 일화를 지니고 있다. 최북미술관 뒷편에는 진묵도예 등 독특한 자기와 공예작품을 체험과 함께 만나는 반딧골 전통공예 문화촌이 조성돼 있다.    

덕유산 운해
지전마을 돌담길
지전마을 카페
전통공예문화촌

여행메모

교통: 서울에서 무주까지 이동한뒤 읍내에서 구천동행 버스로 갈아탄다. 대전터미널에서 무주구천동까지 수시로 버스가 오간다. 

음식: 구천동내 ‘가족마당’의 갈비전골, ‘전주식당’의 더덕전골에는 산채반찬이 푸짐하게 곁들여 나온다. 무주읍내에서 맛보는 어죽도 별미다.

기타: 구천동계곡 초입에 리조트,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 숙소가 다수 있다.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까지는 곤돌라로 설천봉까지 이동한뒤 도보로 20여분 가량 소요된다.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