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15일. 우즈베키스탄의 대도시 사마르칸트의 도로에서는 인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500만명의 주민이 사는 도시가 사실상 멈춰 섰다. 차량 통행이 통제되고 관공서와 학교도 모두 문을 닫았다. 

오로지 상하이 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에게만 이동이 허용됐다. 이번 행사는 3년 만에 외유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만을 중심으로 악화하고 있는 미·중 관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시작된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 속에 두 정상의 연합이 세계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했기 때문이다. 두 정상이 협력을 강조했고 미국은 큰 우려를 나타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의 변화 속에 중국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벌써 38번째 양자 만남을 가졌다. 그중에서도 이번 회담이 가장 큰 관심을 불러왔다. 대만과 우크라이나라는 확연한 이슈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서방 진영의 결집 속에 양국 모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마침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과 연이어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 진영 정상들이 연이어 회동하며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 대비한 모습이 역력했다.

서방은 이번 두 정상의 만남이 중·러 관계를 밀착시켜 신냉전 시대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우려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자국에 칩거한 지 1000여일 만에 해외 순방에 나선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 만난다는 사실은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두 정상의 이전 회담 직후 시작됐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중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대만과 중첩해 들여다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의 사례를 참고해 중국이 대만에 대한 공격에 나설 것을 염려했다. 그래서 미국은 대만의 비중이 큰 반도체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워 노골적으로 대만을 껴안았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노골적으로 대만을 방문해 중국을 자극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저렴하게 사들이며 경제적 이득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서방 진영 자극이 오히려 대만 문제를 키우는 반작용도 맞게 된 셈이다.

심지어 최근의 우크라이나 전황은 중국에 또 다른 고민을 남기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장악했던 동부지역 상당 부분을 대거 수복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직접적인 전쟁 개입 없이도 서방의 간접 도움을 받아 러시아군을 패퇴시키는 모습은 대만의 데자뷔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찜찜한 대목이다.

CNN방송은 두 정상의 회동이 7개월 전 예상과는 다른 우크라이나의 전쟁 결과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예상대로 두 정상은 서로의 핵심 사안인 대만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함께 거들고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굳게 고수한다"며 "대만 문제와 관련한 미국과 그 위성 국가들의 도발을 규탄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대국의 역할을 담당하고, 변란이 교차하는 세계에 안정성을 주입하는 지도적 역할을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비공개 회담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상호 핵심 이익이 걸린 문제에서 서로 강력하게 지지하길 원한다"고 언급했다고 CCTV는 보도했다. 

두 정상은 앞서 전화 통화에 비해 발언 수위를 소폭 높였지만, 서방을 더욱 자극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중국 측이 발표한 회담 결과 보도문은 푸틴이 미국을 규탄한 발언을 개별 국가로 표현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은 중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진전시키지 않으려는 의도를 담았을 수 있다. 중국이 러시아를 더욱 강력히 지지할 경우 미국의 견제도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는 3연임을 앞둔 시 주석에는 부담이다. 시 주석은 서방의 제재를 불러올 만한 구실을 만들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브라이언 하트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선임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러시아에 암묵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전략적 목표를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지원을 강화하다가 서방의 제재가 중국으로 확대하면 성장 둔화에 직면한 중국 경제를 더욱 끌어내릴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를 중국 정부가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중국이 자국에 이익이 되는 한에서만 러시아를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두 정상의 회담을 지켜만 보지 않았다. 미국은 두 정상의 만남에 맞춰 러시아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백악관의 입장도 같았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의 제휴 및 유대의 심화에 대해 우려를 분명히 해왔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 질서에 대해 동일한 관점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러 정상회담과는 별도로 중국의 중앙아시아 지역 접근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내 인권 탄압을 희석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놀란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포섭하려는 것이 이번 SCO를 개최한 중국의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관심과 맞물려 자국 중심 외교를 강화하려는 게 이번 회의에 참석한 중국의 포석이다.

카네기 국제 평화 기금의 테무르 우마로프 연구원은 "러시아가 서방과 갈등을 일으키고 고립되는 상황은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러시아를 대체할 국가를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은 우크라이나처럼 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이다. 중국은 이미 이들 국가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오피니언 부장 cinqang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