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집약적 첨단기술 무기 체계가 약점…수출 염두에 둔 개발 전략 부족

미래형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 육군 기동 시연. (사진=한화디펜스 제공)
미래형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 육군 기동 시연. (사진=한화디펜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우리 방산 기업들의 수출 규모는 2010~2020년 연 30억달러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인 70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폴란드,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에 대규모 수출이 진행되고 있고 호주와 노르웨이 등으로 수출 길을 넓히고 있다.

특히 한화디펜스는 지난해 12월 호주 정부와 1조원대 규모의 K-9 자주포 도입 계약을 맺은 데 이어 현재 레드백 장갑차의 호주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레드백 장갑차는 100% 수출 수요에 기반해 제작한 무기로, 한국 방산 기업이 수출 전용 무기를 개발한 것은 국내 무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계약이 최종적으로 성사되면 공급 규모가 수백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방산업계의 수출 낭보가 이어지고 있지만 앞으로 남은 과제도 만만치 않다. 더 넓은 해외 시장을 확보하려면 경쟁국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첨단기술 무기 체계 수출이 활발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방산 수출의 근본적인 약점 중 하나로 선진국에 비해 기술집약적 제품 판매가 적었다는 점을 꼽고 있다. 향후 이 부분에서의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K방산 첨단 품목 수출은 미미

한국의 무기 수출량이 최근 5년간 무기 수출 상위 10개국 중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K-9 자주포, 호위함, T-50 등의 수출 확대에 힘입어 무기 수출액이 7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방산 수출액이 매년 약 50억달러에 달하는 수입액을 넘어선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수출입은행의 ‘방위산업의 특성 및 수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간 한국의 무기 수출은 직전 5년(2012∼2016년) 대비 17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러시아·프랑스·중국·독일 등 무기 수출 상위 10개국 중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이다. 

무기 수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2016년 1.0%에서 2017∼2021년 2.8%까지 확대되면서 세계 8위를 기록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방산의 수출 성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폴란드에서 K-2와 K-9 등 최소 10조원 규모의 수출을 성사시킨 데 이어 호주 레드백과 함께 노르웨이에 K-2 전차, 말레이시아에 FA-50 경공격기 수출까지 성사시킨다면 한국이 영국과 이탈리아, 독일 등 전통적인 방산 강국들을 제치고 세계 5위권도 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K방산이 주목받고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이 냉전 종식 후 재래식 무기 생산을 사실상 중단한 상황에서 한국산 무기가 그 빈틈을 공략하고 있는 것인데, 앞으로도 한국 방산이 수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술집약적 제품의 수출이 더 활발하게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글로벌 방산 수출 구조변화와 우리의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방산 제품의 수출 고도화 지수는 지난해 기준 51.5로 미국 80, 영국·독일·프랑스 60에 비해 낮다. 유도무기, 항공기 부품 등 첨단 품목 수출이 경쟁국 대비 부진했기 때문이다.

강대국은 공동개발로 연대 강화…비용·리스크 절감, 수출 모색

국내 방산 수출은 전체 규모가 급격하게 성장하는 것에 비해 고도화된 무기 체계의 수출이 경쟁국 대비 부진하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방산 수출은 특정 품목의 편중이 심한 상태로 유도무기, 항공기 부품, 함정 부품 등의 첨단 품목에 대한 수출이 부진한 상황이다. 

김미정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실 전문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은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자체 연구·개발에 다소 소극적인 경향을 보여 향후 첨단 무기 체계의 수출 경쟁력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수출을 고려한 제품 개발 확대, 국제 공동 개발 추진, 부품 국산화 정책 강화 등을 통해 첨단 무기 체계의 수출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문연구원은 이어 “미국, 프랑스, 독일은 자국 수요뿐만 아니라 주변 동맹국의 수요를 고려한 제품 개발을 통해 수출 시장에 더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경우에도 기업 주도로 무기 체계를 개발하기 때문에 수출을 전제로 제품 개발이 기획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시스템상 기획 단계에서 기업의 참여가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 우리나라의 주요 방산 수출 경쟁국들은 국제 공동 연구개발을 활용하고 있다. 이들 강대국은 수출 시장 선점, 첨단 기술 확보, 신규 시장 진입, 개발 비용 및 리스크 절감 등 다양한 효과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F-35 전투기는 8개국 공동 개발을 통해 1000대 이상의 수출 수요를 확보했다. 게다가 영국, 독일, 호주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와는 공동 개발 파트너를 넘어 상호 공급망을 구축하는 등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경우 유럽 기업 간 공동 개발을 통해 개발 비용과 리스크를 절감하고 공동으로 수출 마케팅도 추진해 공동 브랜드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수출 신흥 경쟁국인 이스라엘도 자국이 우위에 있는 기술을 활용해 수출 유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선제적인 투자 측면에서 국제 공동 개발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차세대 수출 시장형 방산 협력의 하나로 국제 공동 연구개발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확대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방위사업관리규정에 국제 공동 연구개발에 대한 근거가 마련돼 있지만 구체적인 세부 절차는 제시되지 않고 방향성만 제시된 상태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