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찬 흥국생명 감독.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권순찬 흥국생명 감독.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올 시즌 V리그 여자부 최고의 다크호스는 흥국생명이다. 지난해 6위에 머물렀던 흥국생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배구 여제’ 김연경을 품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 공, 수에서 검증을 마친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도 영입했다. 여기에 지난해 다양한 경험을 했던 젊은 선수들도 있다.

이제 이 선수들을 조합하는 일만 남았다. 흥국생명의 신임 사령탑 권순찬 감독이 2022~23시즌 달라질 흥국생명에 관해 이야기했다.

김연경 오니 확실히 달라졌다

흥국생명은 2020~21시즌 V리그 여자부 준우승을 거뒀다. 그런데 2021~22시즌 6위로 추락했다. 팀 성적이 떨어진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김연경의 이탈이 큰 몫을 차지했다. 2020~21시즌엔 김연경이 흥국생명에 있었고 2021~22시즌엔 없었다.

‘배구여제’ 김연경은 올 시즌을 앞두고 흥국생명으로 컴백했다. 공수에서 모두 리그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는 김연경의 복귀로 흥국생명은 단숨에 리빌딩을 시도해야 하는 팀에서 우승 후보로 올라섰다. 흥국생명 선수들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권순찬 감독은 “일단 (김)연경이가 있어서 경기에 돌입하면 (선수들이) 기죽지 않는다. 분위기에서 상대팀한테 전혀 밀리지 않는 것이 느껴진다”고 김연경 효과에 대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연경의 합류로 뚜렷한 팀 전력 상승효과를 얻은 흥국생명. 그러나 권순찬 감독은 성적만 쫓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같이 도모할 계획이다.

권순찬 감독은 “훈련 분위기부터 다르다. 연경이의 실력이 좋으니까 다른 후배들이 보고 배우는 게 많다. 경험도 (김연경이) 많이 이야기한다. 야간 훈련에도 스스로 나와 리시브도 하고 (호흡이) 안 맞는 것도 연습한다“며 김연경의 합류가 후배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이어 “리빌딩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성적도 같이 올려야 한다”면서 “연경이가 오고 분위기가 좋아졌다. 후배 선수들도 배구 센스가 늘고 있다”며 성적과 리빌딩, 두 개의 목표를 다잡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김연경에게 의존? 모두 득점하는 ‘스피드 배구’할 것

흥국생명은 올 시즌 레프트 김연경과 라이트 옐레나, 두 명의 확실한 공격수들을 보유했다. 리그 정상급 두 선수의 공격 점유율을 늘리면서 상대팀들을 괴롭힐 수 있는 흥국생명이다.

하지만 권순찬 감독은 2명에게만 의존하는 배구를 원하지 않는다. 김연경과 옐레나가 존재하더라도, 공격 루트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세터들의 빠른 토스로 상대 블로커를 따돌리는 ‘스피드 배구’다.

권순찬 감독은 “저희는 옐레나도 있고 연경이도 있지만 두 선수만을 위한 배구는 하지 않을 것이다. 골고루 (모든 구성원의) 득점을 만들 것”이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세터들이 다양한 플레이를 하도록 만들 것이다. 나부터 스피드 배구를 좋아하고 다양한 플레이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들이 ‘스피드 배구’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새로운 배구니까 재밌어한다. 더 적극적으로 한다. 그 부분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순찬 감독은 지난 8월 코보컵을 통해 스피드 배구 예고편을 보여줬다. 김연경과 김해란의 안정적인 리시브부터 시작해, 세터들의 빠른 토스가 펼쳐졌고 상대 블로커들보다 한 박자 빠른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세터의 토스 높이와 공격수들 간의 호흡이 덜 맞춰진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김연경은 평소보다 낮은 타점에서 공을 때려 위력이 반감되는 모습이었다.

권순찬 감독은 “(세터들이) 처음엔 (토스) 높이 기준을 몰라서 어려워했다. 공격수들 특성에 따라 높낮이가 조절되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세터들이 외우고 배워가는 것”이라며 “연경이가 코보컵에 참가했을 때, 한 달 정도 훈련을 한 상태였다. 공 높이를 조절할 시간 없었다. 연경이는 자기 높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세터들한테 주문도 한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나중엔 잘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3번째 옵션은 정윤주와 김다은, 김미연 경쟁 구도

‘스피드 배구’는 흥국생명의 새로운 색깔이자, 전술이다. 권순찬 감독은 새로운 팀컬러 외에도 강력한 3번째 공격 옵션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이 작업만 마친다면, 김연경, 옐레나를 보유한 흥국생명은 흔들리지 않는 공격력을 갖출 수 있다. 권순찬 감독은 김다은과 정윤주, 김미연을 후보로 꼽았다.

권순찬 감독은 “김다은, 정윤주, 김미연이 같이 경쟁한다. 서로가 경쟁하면서 성장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경기를 앞두고는 컨디션이 좋은 선수, 나쁜 선수를 선별해 기용하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세 선수의 장, 단점은 뚜렷하다. 베테랑 김미연은 지난해 서브 4위(27점)를 기록했을 정도로 서브에 강점이 있다. 권순찬 감독은 상대 리시브를 흐트러뜨릴 강서브를 선호하며 선수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권순찬 감독의 스타일에 부합하는 장점이 있는 김미연이다. 하지만 리시브는 불안하다.

김다은, 정윤주도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다. 김다은은 이번 코보컵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 22점, 공격 성공률 38.46%로 뛰어난 공격력을 증명했다.

정윤주는 이번 코보컵에서 결장했지만 지난해 고졸 신인으로서 강력한 스파이크를 통해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신인왕 투표 2위에 오르기도 한 기대주다. 하지만 모두 수비에서 약점을 안고 있다.

권순찬 감독은 “다은이는 레프트로 간다. 원래 레프트를 연습했는데, (박)현주가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코보컵에선 라이트로 이동했다. 마지막 경기엔 시즌 때 레프트를 해야 하니까, 레프트로 자리를 옮겼다. 리시브나 수비를 많이 연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윤주에 대해서는 “공격력과 서브가 좋다. 그러나 공격만 잘하면 안 된다. 후위에서 수비에 신경을 많이 쓰면 (정)윤주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스피드 배구와 3번째 공격 옵션에 대한 청사진을 밝힌 권순찬 감독. 결국 이를 통해 이루려는 목표는 ‘승리’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매 경기 선수들이 이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팬분들이 올 시즌 많이 체육관에 오셔서 흥국생명의 시원한 플레이를 즐기셨으면 좋겠다.”


이정철 스포츠한국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