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대작전’에 총출동한 80년대 ‘추억의 현대차’ 눈길

영화 ‘서울대작전’ 에 등장하는 (앞쪽부터 시계 방향)포니 픽업, 스텔라, 포터.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영화 ‘서울대작전’ 에 등장하는 (앞쪽부터 시계 방향)포니 픽업, 스텔라, 포터.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넷플릭스 영화 ‘서울대작전’이 지난달 26일 공개된 이후 순항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넷플릭스 톱10 사이트에 따르면 ‘서울대작전’은 글로벌 톱10 영화(비영어) 부문 4위를 차지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태국, 대만 등 총 10개국 톱10 순위에 올랐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도 지난달 30일 넷플릭스 영화 기준 9위를 기록했다.

‘서울대작전’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을 배경으로 한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상계동 슈프림팀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VIP 비자금 수사 작전에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카체이싱 액션 질주극이다. 유아인·고경표·옹성우·문소리·김성균·오정세 등의 인기 배우들이 출연해 공개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 영화에는 현대자동차의 레트로 차량들이 대거 등장해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실제로 현대차는 영화 제작 단계부터 넷플릭스와 협업해 ‘포니 픽업’, ‘그랜저’(1세대), ‘쏘나타’(2세대), ‘스텔라’, ‘코티나’ 등 1980년대를 풍미한 레트로 차량들을 등장시켰다. 현대차의 옛 서울 원효로 서비스센터 부지를 촬영 장소로 제공하기도 했다. 

영화 ‘서울대작전’ 에서 주인공 차량으로 활약하는 포니 픽업.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영화 ‘서울대작전’ 에서 주인공 차량으로 활약하는 포니 픽업.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포니 픽업 튜닝차 영화 속 큰 비중…각 그랜저 등장은 그랜저 신차 마케팅?

국내 첫 독자 생산 모델 포니를 개조한 최초의 픽업트럭 포니 픽업은 영화 속에서 튜닝을 거치며 이색적인 스타일을 선보인다. 동시에 박진감 넘치는 주행 퍼포먼스로 주인공 일행의 비자금 회수 작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포니 픽업 튜닝 모델의 2.0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10마력(PS), 최대토크 30.5㎏.m의 성능을 과시한다.

포니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 1974년 등장해 한국 자동차산업을 수출 산업으로 이끈 현대차의 효자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국내에서 판매된 10대 중 4대가 포니였을 정도다. 1982년에 부분변경 모델인 포니2가 출시됐고, ‘서울대작전’에서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한 포니 픽업 모델도 이때 등장했다.

국내 장수 자동차 모델이기도 한 그랜저는 이 영화에서 고급스러운 존재감을 드러낸다. 과거부터 이어오고 있는 그랜저의 전형적인 이미지가 영화에도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에 등장한 1세대 그랜저는 각지고 직선적인 외관이 특징으로, ‘각 그랜저’라고 불리며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차량이다. 1986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일 당시에는 최고급 승용차로 분류돼 잘 나가는 권력가나 재력가들이 타는 차로 여겨졌다. 

그랜저는 포니와 다르게 지금까지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10년간 총 151만여대가 판매될 정도로 여전히 높은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통계 전문기관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그랜저 1~6세대는 2012년부터 올해 7월까지 총 151만3057대가 등록됐다. 그랜저는 세단 시장에서도 최근 10년간 14.8%라는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제 그랜저는 7세대 완전 변경을 앞두고 있고, 특히 7세대 풀체인지 모델은 각 그랜저로 불리는 1세대 모델 디자인을 계승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번 ‘서울대작전’에 나오는 1세대 그랜저가 레트로 감성을 드러내면서 추억을 끄집어내는 것은 현대차 입장에서 7세대 그랜저를 겨냥한 마케팅의 일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서울대작전’ 공식 포스터.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영화 ‘서울대작전’ 공식 포스터.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영화로 현대차 역사성 부각…타깃은 레트로 심취한 MZ세대

‘서울대작전’을 통해 현대차는 국내 자동차산업을 이끌어왔다는 역사성을 바탕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공략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MZ세대가 심취한 레트로 감성을 노린 전략이다. 

기존 레트로 문화는 중년이 된 기성세대가 과거와 추억으로 돌아가는 경향을 보였던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MZ세대는 이제 낯설고 새롭고 신기한 것이 좋아 레트로 문화를 즐긴다.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현대차 운전자는 “최근 구매한 캐스퍼는 전면부의 헤드램프와 휠, 전후면 균형감이 탁월해 작지만 안정적인 디자인을 갖춘 데다, 전체적으로 레트로한 감성이 담겨 있어 구매 후 만족감이 남다르다”며 “포니가 재림했다는 평가를 받는 전기차 아이오닉 5를 비롯해 신형 자동차를 구매할 때 레트로 감성이 담겨 있는 차량을 선호하는 구매층이 자동차 시장에 두텁게 형성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이러한 트렌드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서울대작전’ 공개와 함께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자동차 마니아들과 MZ세대를 위한 새로운 고객 경험 활동을 다방면으로 펼칠 예정이다. 

먼저 ‘서울대작전’의 줄거리와 출연 배우들을 활용해 영화의 스핀오프(오리지널 영화나 드라마를 바탕으로 새롭게 파생돼 나온 작품)처럼 제작한 시네마틱 디지털 광고 영상에서 올해 말 출시될 신형 그랜저의 외장 실루엣을 공개했다. 

이 영상을 통해 그랜저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표현하고 신형 그랜저와 관련한 숨겨진 정보를 전달하는 등 신차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영상은 현대차 공식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과 서울에 위치해 있는 강남구 도산대로와 반포 센트럴 시티 주변 옥외 광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 MZ세대를 겨냥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내 인기 월드인 ‘드라이빙 존’을 새롭게 단장해 영화 속 주인공의 아지트인 차량 정비소 ‘빵꾸사’를 생생하게 구현했다. 특히 이 공간에서는 영화 속 등장 차량을 조립하거나 운전해볼 수 있는 가상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구현된 화이트 그랜저 1세대(왼쪽)와 포니 픽업의 튜닝 버전.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구현된 화이트 그랜저 1세대(왼쪽)와 포니 픽업의 튜닝 버전.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영화 속 차량 직접 시승 행사도 마련…‘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서 현장 접수

‘서울대작전’에 나온 차량을 직접 보고 시승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현대차는 지난달 29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서울대작전’ 특별 전시를 열고 실제 영화 촬영에 사용된 포니 픽업 튜닝카와 그랜저 1세대를 선보인다.

전시와 함께 전시차와 동일한 모델을 직접 타볼 수 있는 시승 프로그램도 운영해 더욱 생생한 레트로 차량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시승은 현장 접수로 이뤄지며 현장 담당자가 운전하는 차에 탑승해 도로 주행을 즐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영화에서는 포니 픽업 차량이 강인한 성능을 표현하기 위해 별도의 튜닝이 된 상태로 등장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포니 픽업 튜닝을 위해 파워트레인을 제네시스 쿠페에 사용됐던 2.0 터보 엔진과 변속기로 교체했고 스포티한 느낌의 바디킷과 변속기도 새롭게 탑재했다. 또 서스펜션과 배기 머플러도 교체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역사가 담긴 차량들을 현대적 감성으로 담아내는 동시에 개성 넘치는 매력을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영화, 드라마, 메타버스 등 다양한 플랫폼과의 파트너십과 진화된 콘텐츠를 통해 많은 고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지속해서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레트로 차량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현대차는 단종차에도 지원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금형만 보유하고 있다면 여전히 자동차 부품의 상당수를 만들 수 있다. 생산을 멈춘 지 오래된 자동차의 부품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들은 금형을 보관하며 단산 차종의 사후 관리(A/S)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국내 최초 단산 차종 A/S 부품 전문기업 현대파텍스를 통해 생산이 종료된 모델의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파텍스는 2005년 11월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의 공동 투자를 통해 설립됐다. 단산 차종의 보닛, 루프, 리어 쿼터패널, 펜더, 도어, 트렁크 리드 등 다양한 A/S 부품을 생산하고, 국내외 완성차 조립 공장에도 공급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파텍스가 부품을 만드는 단산 차종 역시 현대차 1세대 투싼, 5세대 쏘나타(NF), 4세대 그랜저(TG), 2세대 싼타페(CM), 기아 1세대 쏘렌토, 포르테, 1세대 K5, 그랜버드 버스 등 아주 다양하다. 1999년 선보였던 기아 1세대 카렌스나 현대차 1세대 베르나의 부품도 생산하고 있을 정도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수명이 늘어나면서 단종 이후의 부품 공급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레트로 열풍 속에서 단종된 차량의 부품이 계속해서 공급되고 있다면 소비자나 완성차기업 모두에게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