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후 ‘로봇 AI 연구소’도 설립

웨어러블 로봇 기술은 이미 우리 삶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웨어러블 로봇 기술은 이미 우리 삶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자동차산업은 ‘자동차’라는 단일 제품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기술과 융합돼 있다. 최근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에 자동차 기업의 참여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기술 융합이 자동차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모빌리티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로보틱스’(로봇+과학기술)와 ‘인공지능’(AI)에서 답을 찾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월 미국의 로봇 전문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새로운 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로봇과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최근엔 미래 신사업 핵심 성장 동력인 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에 ‘로봇 AI 연구소’ 설립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車 기업이 미국에 로봇 AI 연구소 설립하는 까닭

로보틱스는 자율주행차, 물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을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를 통합하는 것은 물론 가상공간과도 결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메타버스와 모빌리티를 로보틱스 기술이 뒷받침하면 인류의 이동성은 기존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장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케임브리지에 로봇 AI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개사가 이 연구소에 총 4억 2400만달러를 출자하고 로보틱스 분야에서 AI 역량을 꾸준히 확보해 온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소수 지분을 투자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로봇 AI 연구소의 법인명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AI 인스티튜트’로 검토 중”이라며 “보스턴 다이내믹스 창업자인 마크 레이버트 전 회장이 이 연구소의 최고경영자(CEO) 겸 연구소장을 맡아 우수 인재를 채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20년 444억달러 수준의 세계 로봇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32%를 달성해 1772억달러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로봇 기술은 다양한 분야로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이에 로봇 AI 연구소는 로보틱스 역량을 지속해 강화하는 한편, 로봇 기술의 범용성을 극대화하는 연구개발(R&D)을 추진할 계획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단순 안내에 그쳤던 서비스 로봇이 개인 비서용 로봇으로, 개별적으로 물건을 이동시켰던 단일 물류 로봇이 그 자체로 로봇 자동화 창고로 발전하는 등의 큰 변화를 예상한다. 이런 변화를 주도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선 로봇 기술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기술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다.

먼저 로봇 AI 연구소는 차세대 로봇의 근간이 될 기반 기술 확보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운동 지능, 인지 지능 등의 로봇 기술력을 지속해 발전시키는 동시에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학습하고, 그 유효성을 검증해 궁극적으로 로봇 제어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로봇 기술의 범용성을 개선하는데 중요한 AI 모델도 개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로봇 AI 플랫폼을 판매하는 자체 수익화 모델도 구축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로봇 AI 연구소는 우수 연구 인력 유치, 다양한 산학연 주체들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로봇 AI 연구소가 설립되는 보스턴 케임브리지 지역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하버드대학교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과 연구기관, 글로벌 주요 테크기업이 다수 위치한 곳이다.

로보틱스업계 관계자는 “미래의 자동차 실내는 가상과 현실을 잇는 공간이 되며 로보틱스는 매개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스마트 기기로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하고 여기에 로봇을 연결한다면 가상공간의 행동이 그대로 현실에 이어지게 되는 것이기에 자동차 기업들은 로보틱스 기술을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능형 로봇으로 인간 한계 어디까지 극복할까

올해 초 개최된 CES 2022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와 메타버스를 결합한 ‘메타모빌리티’(Metamobility) 등을 통해 미래 로보틱스 비전을 공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로봇 개 스팟(Spot)과 함께 CES 무대 위로 등장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글로벌 완성차기업 중 하나인 현대차그룹이 신년부터 던진 메시지는 확고했다. 정 회장은 CES 2022 보도 발표회 자리에서 “로보틱스는 더 이상 머나먼 꿈이 아닌 현실”이라며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를 통해 위대한 성취를 이루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메타모빌리티로 확장하고 이를 위해 한계 없는 도전을 이어가겠다”며 “현대차의 로보틱스 비전이 인류의 무한한 이동과 진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거듭된 공식 석상에서 로보틱스의 존재를 부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비전은 ▲사용자의 이동 경험이 혁신적으로 확장되는 메타모빌리티 ▲사물에 이동성이 부여된 MoT(Mobility of Things) 생태계 ▲인간을 위한 지능형 로봇 등으로 구체화했다. 

지능형 로봇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 아틀라스(Atlas), 스트레치(Stretch) 등이 대표적이다. 일단 인간이 갈 수 없는 곳을 로봇은 갈 수 있다. 지각 능력을 갖추고 인간 및 외부환경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은 직접적인 조작이 필요 없을 정도다. 

서비스 로봇인 스팟은 인간을 대신해 고온, 혹한 등 극한의 환경이나 자연재해 지역, 방사능 오염 지역 등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위험한 곳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인간의 움직임에 가장 가까운 인간형 로봇인 아틀라스와 빠른 물류 처리를 위한 물류형 로봇 스트레치도 인간 대신 어려운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인간의 한계 극복을 돕는 ‘웨어러블 로봇’ 기술은 이미 우리 삶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2019년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인 벡스(VEX)가 대표적이다. 벡스는 조끼형 웨어러블 로봇으로, 위를 보고 장시간 일하는 상향 작업 근로자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줄여주고 작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로봇을 더 많은 분야와 영역에서 활용하도록 다양한 파트너와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우주 공간이나 외행성 등 탐사가 필요하지만, 인간이 쉽게 닿을 수 없는 곳에서 로봇은 아주 큰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