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임대시장, ‘깡통 전세’ 우려로 전세 기피 현상 가속화

지난 20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시세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20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시세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작년까지 치솟았던 집값이 완연하게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주택의 매매가격이 잡히자 이번엔 전·월세 시장이 혼선을 빚고 있다. 8월 전세대란이 올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월세가 유례없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종전에는 목돈이 있으면 전세, 없으면 월세로 선택지가 단순했지만, 이제는 셈법이 복잡해졌다. 대출 없이 전세를 들어갈 만큼의 보증금이 없다면 경우에 따라 월세를 선택하고 가진 목돈으로 예금을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처음 겪는 ‘월세의 전성시대’에 주택 보유자도 혼란스럽지만 무주택자는 고심에 빠졌다. 임대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전·월세 시장의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0년간 유례없는 월세 초강세 시장

최근 주택 시장은 월세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5월 전국의 전월세 거래 40만 4036건 가운데 월세가 24만 321건(59.5%)에 달해 전세보다 많았다. 

전 달인 4월에 50.4%였던 월세 비중이 한 달 만에 9.1%포인트 더 커졌다. 월세가 전세를 추월한 것은 해당 통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이번 두 달뿐이다.

거래량과 함께 시세도 요동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수도권 아파트 월세통합 가격지수는 역대 최고치인 104를 기록했다. 월세통합 가격지수는 순수 월세와 준월세, 준전세 등을 망라해 산출하는데, 2021년 6월 월세 가격을 100으로 놓고 이와 비교하는 방식이다. 이번 지수에선 104.9를 기록한 경기 지역이 전년 대비 가장 많이 올랐고, 이어 인천(104.7), 서울(102.1) 순이었다.

비싸도 월세로 몰리는 건 대체재 격인 전세의 대출비용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의 전세대출금리는 연 4.01~6.21%대에 달한다. 반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때 임대료 책정 기준인 ‘전월세 전환율’은 5월 전국 아파트 기준 4.7% 수준이다. 전월세 전환율은 일정 비율보다 높게 받지 못하도록 정해 놓은 기준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2%포인트를 더한 수치를 넘기지 말라는 것이다.대출을 끼고 전세를 사는 경우라면 월세를 내는 게 보다 경제적인 선택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전세 인기 시들해지자 
쑥 들어간 ‘8월 전세대란’設

올 초만 해도 오는 8월 전세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전세대란’ 논란이 화두였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도입 2년을 맞는 시점에 새로 계약하는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대폭 올려 받을 것이란 예상이었다. 

고가 아파트 단지는 같은 아파트인데도 전세 매물끼리 억 단위까지 차이가 나는 등 이중시세 현상이 두드러졌던 탓이다.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에 인상률이 5%로 묶였던 매물은 주변 시세를 따라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 전세는 고금리가 전세 시세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지난 1월 31일 이후 5개월 연속 하락 혹은 보합세를 기록했다. 1월3일과 비교하면 누적 낙폭은 0.32%(6월 27일 기준)에 달한다. 

전세 매물은 꾸준히 쌓이고 있다. 지난 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세 매물은 2만9365건으로 지난해(1만9852건) 보다 50%가량 늘었다. 

세제 개편, 임대시장 연착륙 마중물 될까 

최근 주택 시장은 매매가격이 잡히고 전세도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 집값의 연착륙을 위한 속도조절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금융 리스크로는 ‘깡통 전세’가 대표적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의 비중)이 80% 가량 되면 경매로 처분해도 전세금을 상환할 수 없어 깡통 전세 위험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전세가율은 6월 기준 서울과 수도권이 각각 54.7%, 62.0%에 해당해 비교적 안전하고 지방은 75.4%까지 치솟았다.

집값이 급락한다면 민생 불안의 뇌관이 되겠지만, 깡통 전세 리스크가 수도권 등 전국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대 수가 얼마 안 되는 빌라의 경우 전세가율 80%을 넘길 경우 위험하지만, 아파트의 경우 세대수가 많고 가격이 표준화 돼 특별한 외부적인 요인 없이 가격 폭락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세가율 오름세에 주목하는 시장에서는 깡통 전세 리스크로 전세를 기피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월세의 초강세가 지속된다면 무주택자의 임대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임대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전세시장의 일부 거래 회복을 통한 전·월세 밸런스 회복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고금리는 유지하면서 다주택자 세부담을 줄여 집값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지난 21일 세제발전심의회를 열고 그동안 다주택자에게 세부담을 안겨 보유 주택을 내놓도록 유도했던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완화하는 내용의 2022년 세제개편안을 확정했다. 

다주택자는 1.2∼6.0%의 세율을 적용해 1주택자(0.6∼3.0%)보다 세 부담이 두 배 높았던 종전의 체계에서 0.5∼2.7%의 단일세율로 체계를 전환했다. 주택 임대 소득이 과세되는 고가 주택의 기준도 기존 기준 시가 9억원 초과에서 12억원 초과로 인상할 방침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종부세는 이미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이들 중 종부세 부담을 이유로 급하게 증여하거나 매각을 결정하지 않아도 될 시간을 벌게 됐다. 특히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라면 내년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가 종료될 시점까지 매각을 결정해도 된다”며 “임대 소득 과세 개편은 매매가 정체로 자본이득의 기대가 낮아진 임대인에게 세금 인센티브를 지원해 임차인에 대한 세부담 전가를 줄이고 민간 장기 임대주택의 공급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