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분간 시험비행 성공…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 대열 합류

최초 비행에 성공한 KF-21의 모습. (사진=방위사업청 제공)
최초 비행에 성공한 KF-21의 모습. (사진=방위사업청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역사적인 첫 시험비행에 성공하면서 한국은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 국가에 성큼 다가서게 됐다. 이는 국내 항공산업 기술력을 대내외에 과시한 쾌거로, 앞으로 2000여회에 달하는 비행시험을 통해 비행 영역을 확장하게 된다. 향후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과 시험비행 관문을 모두 통과하면 2026년부터 양산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프랑스, 스웨덴, 유럽 컨소시엄(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뿐이다. 이번에 국내 기술로 만든 KF-21이 초도 비행에 성공하면서 세계의 큰 주목을 받게 됐고, 이를 발판으로 국내 방산업계는 국산 항공기 수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파리, 싱가포르와 함께 세계 3대 에어쇼로  꼽히는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서도 KF-21의 초도 비행 성공 소식이 전해져 큰 화제를 모았다. 현지에 설치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홍보관에 설치된 KF-21 모형과 비행 장면 동영상에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앞서 미국 CNN 방송도 1호 시제기가 출고된 지난해 4월 이를 주목했다. CNN은 “한국은 자체 개발한 초음속 전투기를 출시해 군사 항공 거인의 독점적 클럽에 합류하고, 최고의 수출 동력 및 일자리 창출을 희망하는 52억달러 규모 프로그램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스텔스 성능·AESA 레이더 등 갖춘 4.5세대 전투기

KF-21 시제기는 지난 19일 개발 업체인 KAI의 본사 인근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에서 이륙해 시험비행을 마치고 정상적으로 착륙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KF-21은 이날 오후 3시 40분 이륙에 성공했고 오후 4시 13분 지상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33분간 창공을 누비면서 기본적인 기체 성능 등을 확인한 것이다.

KF-21은 첫 비행에서 초음속까지 속도를 내지 않고 경비행기 속도인 시속 약 400㎞(200노트) 정도로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적인 시험비행을 수행한 조종사는 한국형 전투기 통합시험팀 소속 안준현 소령이다. 안 소령은 2016년부터 52전대 개발시험비행 조종사로 근무하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4.5세대 첨단 전투기의 국내 개발 능력이 첫 비행으로 실현된 것”이라며 “국내 항공 기술의 새로운 도약과 첨단 강군으로의 비상을 상징하는 이번 KF-21 최초 비행을 통해 한국형 전투기 개발 성공에 한 단계 더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KAI는 2015년 12월 방사청과 한국형 전투기 체계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기본 설계를 마치고 2019년 2월 부품 가공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상세 설계를 통과했다. KF-21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국산 전투기 개발을 천명한지 20년 만인 지난해 4월 9일 출고됐다.

KF-21은 폭 11.2m, 길이 16.9m, 높이 4.7m의 외형을 가진 전투기로, 최대 속도는 마하 1.8(시속 2200㎞), 항속 거리는 2900㎞다. 4세대 전투기지만 5세대 전투기 특징인 일정 부분의 스텔스 성능과 최신 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을 갖추고 있어 4.5세대 전투기로 분류된다. 세계 최강 스텔스기인 미국 F-22 랩터와 비슷해 ‘베이비 랩터’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KF-21 사업은 총사업비만 8조8000억원에 달하는 최대 수준의 국산 무기 개발 사업”이라며 “항전 장비에 스텔스 성능까지 구비한 이 전투기가 이번 시험비행에 사거리 200㎞, 음속 4.5배 속도의 현존 최강 공대공 미사일 미티어를 장착해 비행한 것은 공격력을 부각해 수출에 박차를 가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산화율 65%…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도입도 시급

KF-21 시험비행 성공이 안보적인 측면은 물론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 유럽에서 전투기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이들 국가에서 기술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도 않았다. 오래 전부터 국내에서 전투기를 자체 개발해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KF-21은 항공기 설계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을 국내 기술진이 주도했고 국내에서 축적된 항공전자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레이더 등 해외 제작사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핵심 장비 대부분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향후 양산 과정에서 추가적인 국산화도 이뤄질 예정으로, 이 과정에서 장비와 부품을 제작하는 기업들의 성장과 항공기 운영·유지 인프라까지 구축할 수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KF-21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국내 항공 기술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며 “국내 기업들이 해외 전투기 개발과 성능 개량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 앞으로 한국이 미래 항공우주 시장의 선진 대열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KF-21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최신 AESA 레이더와 통합 전자전 체계 등의 개발 난이도가 높은 주요 항전 장비를 국산화하고 앞으로 국산화가 가능한 부품을 추가로 발굴하고 있다”며 “현재 KF-21 양산 1호기 기준 국산화율은 65%로, 고등훈련기인 T-50의 국산화율 59%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KF-21 국산화와 함께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KF-21 수출용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도입이다. 최종 개발에 성공하면 공군은 2026~2028년 초도 물량 40대에 이어 2032년까지 80대를 추가해 총 120대를 배치할 계획이다. 실제로 KF-21은 첫 비행 때 미티어 공대공 미사일 4발을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통 폭발력과 정확도가 높은 공대지 미사일까지 갖추면 KF-21의 가치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KF-21이 시험비행 당시 미티어 미사일을 장착한 것이 결국 한국 공군의 전투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수출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가 국산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가운데 독일 타우러스시스템스의 장거리 공대지 타우러스 개량형의 한·독 공동 개발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국산 장거리 공대지는 개발되는 대로 KF-21에 장착하고 타우러스 개량형은 KF-21 양산 1호기부터 장착할 수 있도록 개발해 조기 수출을 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