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전경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뉴욕 전경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도시의 역할은 도시인을 위한 일자리, 주택, 문화, 건강, 다양성과 포용성 등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다. 도시재생은 도시의 역할을 담아내는 그릇인 도시부동산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도시의 역할은 인구와 소득이 늘어나면서 그 수요가 증가한다. 반대로 인구와 소득이 감소하는 도시는 그 수요가 줄어든다. 그래서 도시재생은 수요 대비 공간이 부족하면 공급을 늘리고, 수요가 줄어들면 공급을 멈추고 기존 자산 재활용에 치중해야 한다. 

도시에서의 일자리 창출은 4차 신산업이 주축이 되고 있다. 신산업은 일반 소비산업과는 달리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충족시켜 준다. 

최근 들어 글로벌 도시들은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산업과 바이오헬스 산업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이들 산업은 시장 수요와 수출 효과가 크다. 이를 위해 글로벌 도시들은 관련 산업의 연구개발(R&D), 스타트업, 기업을 위한 공간을 도심 내에 많이 늘리고 있다. 

뉴욕시는 정보통신산업을 더 강화하기 위해 맨해튼 인근에 연면적 19만㎡(약 6만평) 규모의 스타트업 건물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같은 맨해튼에 진행 중인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는 최고 3300%, 평균 2200%의 고밀도개발을 통해 신산업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정보기술(IT)·바이오기술(BT) 중심의 판교 테크노벨리, 서울 마곡R&D와 가산동 G벨리 등이 있다. BT 클러스터는 송도 바이오 단지를 포함하여 전국에 25개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젊은 인재가 선호하고 교통이 편한 도심에 신산업을 전개하는 데는 아직 미흡하다. 우리도 도심에 신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여 국가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주택은 전 세계 도시인에게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되고 있다. 적절한 가격의 주택은 청년들의 근로의욕, 결혼과 출산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득 대비 높은 주택 가격은 불평등을 고조시킨다. 

주택 문제는 일자리가 많은 도시 내에서 고밀개발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정답이다. 프랑스 파리는 직장과 주택이 가까이 있는 15분 도시 개념을 강조한다. 맞벌이 부부를 위한 탁아시설도 중요하다. 최근 선진국 도시재생에서는 주택 공급과 탁아시설에 치중한다. 

이 두 가지는 매우 중요한 인프라이기에, 공급 증대를 위해 공공이 하든가 민간이 하든가 그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공공이 보유한 공간과 재원이 부족한 북유럽과 프랑스 등은 민간 부동산 개발 시 인센티브를 제공해 탁아시설을 무료로 확보하고 그 운영비를 국가가 최대한 책임지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생산하는 경제효과가 더 높다고 판단하여 육아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다.

문화가 풍부한 도시는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고, 이를 즐기려는 인재가 몰리며, 인재를 채용하려는 기업도 몰려든다. 미국 시애틀과 피트버그 시는 의도적 계획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도심에 전개하면서 젊은 인재를 불러 모으고 4차 신산업 기업들을 끌어들였다. 

거대한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 등만이 문화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글로벌 도시는 민간 부동산 개발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스튜디오를 무료로 확보하는 추세다. 30~50명의 예술가가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무료 스튜디오를 오픈하면서 지역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 몬로지역은 민간 부동산 개발 시 용적율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예술가 30명이 입주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확보했다. 이곳은 이 일대의 최고 문화 명소가 되면서 주말이면 많은 사람이 방문한다. 

최근 도시의 건강 이슈는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 위기와 미세먼지, 교통사고 등을 줄이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탄소배출이 늘어났지만, 마이 카 붐이 시작된 1980년대부터 부쩍 탄소배출이 증가했다. 자동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교외 신도시가 늘어났다. 

도시는 기본적으로 탄소배출의 주범이다. 그래서 유엔(UN)은 교외의 신도시보다는 도시 가장자리에 전철역을 추가하여 고밀도개발을 통해 차량 이동을 줄이는 도시개발을 권장한다. 향후 자율주행 탑승 공유(대부분 택시)와 전철 이용이 증가하면서, 자가용의 90%가 사라질 전망이다. 

주차장 공간의 90%도 다른 용도로 전환된다. 전기자전거와 전동 킥보드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가 3~5km의 단거리 차량 이동의 40%를 대체할 전망이다. 미국 보스턴 도심에 새로 짓는 건물들은 제로 파킹이나 주차장을 줄이는 것이 대세다. 교통체증과 매연을 줄이고, 도심 도로는 이미 공원화됐다. 

다양성과 포용성은 양질의 이민 유입을 통해 문화의 다양성을 높이면서, 인구 증가를 높이는 핵심 수단이 되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이민자를 많이 받는다. 출산율이 높은 프랑스나 북유럽도 출산율 1.7명으로 인구 유지선 2.1명에 못 미친다. 교육과 소득수준, 전문성이 높은 이민자를 받아들이면서 생산인구와 소비층 확보, 연금 유지, 인구감소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뉴욕, 런던, 파리 등은 도시인구의 30% 이상이 외국 태생 이민자들이다. 글로벌 도시들은 이민을 받아들이면서 더욱 글로벌 도시가 되고 있다. 아기가 태어나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할 때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약 3억 원이고, 그 이후 평생 6억 원을 생산한다고 한다. 

독일은 모든 학교 교육이 무료다. 외국인도 무료 교육이다. 유학을 온 대학생들을 무료로 공부시키고 바로 취업 이민을 받는 정책을 취한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능력 있는 유학생을 국민으로 확보한다. 

도시의 역할이 성과를 내기 위한 최고의 실행 수단은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쉽이다. 공공이 보유한 예산과 토지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민간의 토지와 자본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저소득층 지역 8700여 곳을 선정해 일자리와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실행 방법으로 민간의 토지와 자본을 활용한다. 민간이 일자리 창출과 주택 공급사업을 10년 이상 운영하면, 모든 세금을 감면하는 기회 특구(Opportunity Zones)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도 일자리 공간과 적절한 가격의 주택을 많이 공급할수록 용적률을 상향시켜 준다. 

도시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여기에 도시의 외연적 확장을 막아 틴소배출도 줄여야 하는 과제도 생각해야 한다. 기존 도시 내에서 도시의 역할을 충분히 반영하려면, 그 우선순위를 매기고, 고밀도 복합개발 방식을 강화해야 한다.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프로필

▲한양대 도시대학원 겸임교수 ▲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 ▲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 ▲한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 ▲ULI 코리아 명예회장 ▲한국도시부동산학회 부회장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