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경영 정상화보다 평택공장 알짜 부지 노린 머니 게임 지적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쌍용자동차가 인수·합병(M&A) 작업에 다시 돌입한다. 쌍용차는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14일 회생계획 인가 전 M&A 재추진 신청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쌍용차에 따르면 다음 달 중순 조건부 인수제안서를 접수하고 6월 말 최종 인수 예정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이후 7월 투자계약 체결과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하고 8월 관계인 집회 및 회생계획안을 인가할 예정이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쌍용차 인수가 불발된 이후 쌍방울그룹, KG그룹이 인수전 참여를 공식 선언했고 다수 기업들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심지어 사모펀드 파빌리온프라이빗에쿼티(파빌리온PE)는 지난 11일 쌍용차 인수 사전 인수의향서를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쌍용차 인수와 관련해 ‘부동산 투기용 입찰’ 논란이 있었다. 자금 확보 방안이 불확실한 후보들이 약 85만㎡(약 25만7000평)의 평택시 칠괴동 소재 평택공장 부지 매각을 염두에 두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금 대비 극대화된 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 사모펀드까지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논란을 확대시켰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다른 인수 후보들 역시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가 아닌 부동산 등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조원 이상 가치의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 다시 부각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수 후보들이 완성차기업과 적합성이 좋아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완성차기업을 인수한 기업이 자동차산업의 난이도와 미래차로의 전환 등 인수 이후 지속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를 인수하더라도 만성적자와 부채 상환 등을 감안할 경우 실제 이익을 내기까지는 상당 기간의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경영정상화 자금으로 2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추정도 나온다. 전기차 전환, 신모델 출시 등을 위한 막대한 투자 자금을 추가로 쏟아 부어야만 한다. 

특히 인수전에 사모펀드가 가세하면서 인수 후보 기업들이 쌍용차의 평택공장 부지의 자산가치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수가 불발된 에디슨모터스조차 평택공장을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하면 1조5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쌍용차 평택공장 인근에 수서발고속철도(SRT) 평택 지제역이 개통되면서 이 일대에 부동산 개발 열풍이 일었다. 장부가액만 6814억원으로 시세는 9000억원 안팎이다. 평택공장에서 지제역까지 거리는 약 3㎞에 불과해 근접성이 뛰어나다. 

지제역 개통 전후로 평택공장 주변은 대규모 택지개발이 진행돼 사방이 아파트단지다. 게다가 지제역 북서쪽에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와 고덕신도시 조성사업, 지제역 북동쪽에는 평택 브레인시티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등이 진행 중이다.

쌍용차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이 평가한 쌍용차의 청산가치는 약 1조원으로 추산됐다. 가장 알짜로 평가되는 칠괴동 소재 부지는 지난해 3월말 기준 장부가는 7070억원이다. 현재 시세는 1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용도변경으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경우 가치는 1조5000억원을 웃돌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전문위원은 “완성차기업은 아무나 쉽게 단기간에 운영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거론되는 인수 후보들 중 누군가 인수를 한다 쳐도 오래 끌고 가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 후보로 거론되는 인수 기업들도 제조업 계열사가 있지만 솔직히 말해 기반은 파이낸스 기업들로 보이는데, 옛날에 상하이자동차나 마힌드라는 완성차기업이었음에도 결국 실패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위원은 이어 “그럼에도 국내 자동차산업 측면에서 쌍용차를 청산하기보다는 국내 자본에 의해 인수하고 경영 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쌍용차 노사의 고통 분담은 물론 결국 정부 지원도 필요할 것인데, 국내 기업이 쌍용차 최대주주가 된다면 정부와의 소통도 이전보다 원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구글 어스로 본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부지. (사진=구글 어스 제공)
구글 어스로 본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부지. (사진=구글 어스 제공)

완성차기업 운영할 여력 있는 인수 후보가 없다

쌍용차의 치열한 인수전이 진행 중인 가운데 자동차업계에서는 쌍용차를 완성차기업으로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바뀌는 시점에 자동차기업 운영에 대한 진정성이 없는 기업이 쌍용차를 인수하게 되면 회사가 또다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KG그룹은 KG스틸과 쌍용차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쌍방울그룹 계열사 광림도 특장차와 완성차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각각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두 그룹이 기존 산업 시너지 외에 쌍용차를 완성차기업으로서 전동화 전환, 친환경차 개발 등의 미래차 패러다임에 제대로 진입시킬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쌍용차가 경영 정상화를 달성한다는 것은 미래차 패러다임에 적응해 글로벌 무대로 다시 나갈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인수 기업들이 인수 이후에도 이런 비용을 감당하려 할지, 또는 그런 능력이 될지 신중하게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쌍용차는 회생 채권 및 회생 담보권 8352억원, 공익채권 7793억원 등 1조5000억원 정도의 부채가 있다. 게다가 인수 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운영자금도 매년 3000억원 이상이 필요해 보인다.

미래차 전환에 실패하지 않기 위한 연구개발(R&D) 비용이 추가로 얼마나 더 필요할지는 추정하기도 힘들 정도다. 쌍용차가 과거 중국 상하이자동차, 인도 마힌드라 등 두 차례 해외 자본에 매각됐지만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지 못했던 사례를 봐도 인수가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 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는 “쌍용차는 두 해외 기업이 인수했던 15년 기간 동안 기술개발이 전혀 되지 않았던 상태였다”며 “게다가 2009년에 구조조정을 하면서 노조문제가 매우 심각해졌고 히트 상품이 있었지만 경영진의 능력 부족으로 후속 상품이 전혀 없었던 데다 글로벌 마케팅 능력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일각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쌍용차 인수에 왜 나서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사실상 현대차그룹은 국내 독점적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쌍용차까지 인수하게 되면 각종 제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쌍용차가 갖추고 있는 라인업을 현대차그룹이 이미 다 가지고 있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 전환이 이뤄지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쌍용차는 매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쌍방울 파트너 KB증권 손 떼자 KG그룹 독주 가능성도 부각

쌍용차 인수전은 이제 겨우 전반전에 돌입했지만 아무래도 자금력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KG그룹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단 M&A를 통해 성장한 KG그룹은 부동산을 통해 성장의 기반을 다졌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그룹의 모태인 KG케미칼을 인수했을 당시 부동산 가치로 인해 빠른 경영 정상화가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KG케미칼 부천공장 부지를 보금자리주택 부지로 지정하면서 KG케미칼에 1000억원대 현금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잠재적 가치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된 셈이다.  

동부제철(현 KG스틸)을 인수할 때도 자회사인 동부인천수틸의 인천 서구 가좌동에 위치한 31만5595㎡(약 9만5000평)의 부지 활용이나 매각 여부가 관심을 끌었다. 당시에도 실제 거래가격이 5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KG그룹의 지주사 격인 KG케미칼은 지난해 말 현금성 자산이 3700억원 정도에 달한다. 게다가 최근 폐기물 처리기업인 KG ETS를 매각한 자금 5000억원도 유입될 전망이다. 또 동부제철 인수 당시 손을 잡았던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가적인 자금 조달도 계획하고 있다. 자금력 부분에서 후보 기업들 중 가장 앞선 경쟁력을 가진 것이다.

문제는 자동차산업의 난이도와 미래차로의 전환 등 풀어야 할 난제를 극복할 미래 청사진이다. KG그룹이 KG스틸과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도, 실제로 인수 초반 KG스틸의 시너지로 작용할 수 있을 뿐 그것이 곧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쌍방울그룹은 특장차 제조 계열사인 광림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쌍용차 인수에 나섰다. 다만 그룹 매출 규모와 최근 이어진 적자를 고려하면 KG그룹보다 자금력이 부족해 보인다. 이로 인해 쌍방울그룹이 인수에 성공한다 해도 향후 쌍용차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쌍방울그룹에게는 KB증권이 인수자금 조달 참여 계획을 철회한 것도 악재다. 당초 쌍방울그룹은 광림 중심의 컨소시엄을 꾸려 쌍용차 인수를 추진해 왔고 동시에 KB증권과 유진투자증권 두 곳에서 4500억원의 인수금융을 확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KB증권이 지난 12일 내부 논의 과정에서“당초 예상과 달리 리스크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철회 의사를 전달했다”고 입장문을 발표한 것이다. 쌍방울그룹이 사실상 쌍용차 인수전에서 낙마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 유력 후보들에게 자금조달 등의 지속적인 변수가 생기고 있고 회생법원이 10월 15일을 회생계획안 인가 시한으로 정해둔 만큼 쌍용차의 새 주인 찾기는 급박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급할수록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쌍용차 경영 정상화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연합뉴스 제공)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연합뉴스 제공)

쌍용차 인수 무산된 에디슨모터스 소송 진행 

당초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에는 인수대금으로 회생채권 약 5470억원의 1.75%만 현금으로 변제하고 나머지 98.25%는 출자 전환한다는 내용과 에디슨모터스의 향후 지분 확보 계획이 담겼다. 하지만 자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쌍용차 인수가 무산됐다.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와의 관계가 공식적으로 종료된 만큼 새로운 인수자 찾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이다.

쌍용차는 미국 출고 물량이 약 1만3000대에 이르는 등 반도체 등의 부품수급 문제만 해결되면 생산라인을 2교대로 가동해야 할 정도로 회사 운영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쌍용차는 오는 10월 15일까지 인수자를 찾아 새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인수가 불발된 이후 쌍용차 입장에서는 기업회생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 그리고 회생기업이 인수의향자와 공개입찰을 전제로 조건부 인수계약을 맺는 방식인 ‘스토킹 호스’ 방식 등 다양한 인수 방식을 검토하고 있었다. 

다만 인수전에 뛰어든 후보들의 사전 의향서 제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쌍용차 매각이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사실상 정해진 것을 의미한다. 쌍용차는 빠른 시일 안에 서울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은 후 스토킹 호스 방식의 계약 체결을 위한 우선매수권자(인수 내정자) 선정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쌍용차 인수 의향을 내비친 기업은 6∼7곳으로, 이 중 외국계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서 KG그룹과 쌍방울그룹이 가장 적극적이다. 

새롭게 인수 사전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파빌리온PE는 지난해 전기차기업 이엘비앤티와 컨소시엄을 꾸려 쌍용차 인수에 뛰어들었지만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에 밀린 바 있다. 이번에는 안정적 자금 조달을 위해 국내 대형 금융기관과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디슨모터스도 쌍용차 인수를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달 30일 계약자 지위 유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해 정식 가처분 사건을 접수했고 가처분 사건과 별도로 본안 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디슨모터스 관계자는 “법적으로 관계인 집회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1개월씩 3회까지 연장이 가능하고 회생 채권자의 변제율 상향을 위해서도 협의가 필요하다”며 “컨소시엄 구성원의 변경을 위한 기업결합 변경 신청 등 합리적인 사유가 있음에도 단 한 차례의 연장 기회도 주지 않고 갑자기 일방적 계약해제를 통보한 것은 계약금 몰취를 위한 계획적 행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의 가처분 신청에 응소하며 신속히 법적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쌍용차 재매각 절차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디슨모터스 측도 가처분 사건을 접수하면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쌍용차 관리인이 의도하는 바와 같이 새로운 인수협상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은 “서울회생법원의 재매각 추진 허가 및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 연장 결정은 법원이 쌍용차 재매각 추진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며 “다수의 인수의향자가 있는 만큼 최대한 신속하게 재매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디슨모터스가 명분 없는 소송행위를 계속하는 것은 명백한 업무방해”라며 “인수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 재매각 절차에 따라 참여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